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◆ 인생은..../□ 꽃이야기

♣ 2018/ 6/30/(토) 능소화 ♣

 

(능소화 이야기)

 

옛날 어느 마을에 두 소녀가 살고 있었다.
정순이는 양반의 딸이고 영순이는 상민의 딸이었다.
정순이의 부모는 딸에게 상것의 딸과 어울리지 말라고 타일렀다.
“양반에게는 양반의 법도가 있는 법이다. 앞으로는 그 아이와 놀지 않도록 해라. 네가 배울 바가 없느니라.”
그러나 정순이는 부모의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항상 영순이와 어울려 놀았다.
노래와 소꿉놀이를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이 붙어 다녔다.
두 소녀는 서로 마음이 맞아 한 번도 다른 적이 없었다.

어느날 정순이는 영순네 집으로 놀러갔다.
영순네 부모들이 잔치 집에 갔지 때문에 집에는 영순이 혼자 있었다.
어른이 없는 집에서 두 소녀는 마음껏 뛰어 놀았다.
바깥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.
정순이는 눈이 와서 좋기는 했지만, 은근히 집에 갈 일이 걱정이었다.
산 하나를 넘어야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눈이 많이 쌓이면 갈수가 없었다.
“나 어떡하지?”
“곧 눈이 멎을 거야. 조금만 더 놀다 가.”
눈은 폭설로 변하여 갈수록 심하게 내렸다.
마당에는 벌써 무릎까지 눈이 쌓였고, 날이 저물어 주위가 어두워지고 있었다.
“나 이제 갈테야.”

정순이는 집을 나섰다.
영순이는 친구가 걱정이 되어 혼자 보낼 수가 없었다.
두 소녀는 손을 꼬옥 잡고 산길을 걸었다.
연신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눈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.
언덕을 오를 때였다.
갑자기 두 소녀가 기우뚱하면서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.
정순이와 영순이는 눈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, 결국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죽고 말았다.
정순이와 영순이의 부모들은 딸들을 찾기 위해 온 산을 다 뒤졌으나 눈 속에 파묻힌 시신은 찾을 길이 없었다.

길고 긴 겨울이 가고 화창한 봄이 와서 산과 들에 쌓인 눈들이 살금살금 녹기 시작하였다.
개나리, 진달래가 다투어 피었다 지고 무더운 여름이 왔다.
산으로 약초를 뜯으러 갔던 동네 아녀자들이 벼랑 아래서 능소화 두 송이가 핀 것을 발견했다.
꽃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 땅을 헤쳐 보니, 능소화는 두 소녀의 시신 위에 곱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.

우리 나라에서는 이 능소화를 양반집 정원에서만 심을 수 있었다 한다.
일반 상민집에 이 능소화를 심어 가꾸면 잡아다가 곤장을 때려 다시는 능소화를 심지 못하게 하였다 한다.
그러기에 이 꽃을 양반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.

ps : 날씨는 흐리고 습도가 높음